-집신사슈~~-
몰락한 양반이 있었다.
청렴한선비는 가난함이 미덕이라 여기고,
쌀독이 바닥나서 때꺼리가 없는데도
식구들입에 풀칠할 식량도 없이 공자왈 맹자왈 글만 읽으며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의 아내가 삯바느질도 하고, 동네에 궂은일만 도맏하 하며 구걸 하다시피
연명을 하고있었다.
그날도 일해주고 받은 젖은나락을 마당에 멍석을 펼쳐 널어놓고,
남의집 농삿일을 나가 등가죽에 달라붙은 뱃가죽에
허기를 참아가며 일하던중 먼남쪽 대산 아래서 부터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순식간에 온들녘이 장대비를 퍼부으며
흙탕물이 개울을 넘식거리며 황룡이 승천하듯 꿈틀대며 휘몰아쳐 내린다.
설마 설마하며 ...
끊어질듯 야윈 허리춤을 쥐어잡고,
쓰러져가는 싸리문을 들어서던 선비의 아낙이
마당 가운데엔 장대비에 나락은 휩쓸려가버리고,
황토범벅으로 널부러진 멍석만 아연실색하다.
무너지듯 흙마당에 퍼질러 앉은 아낙의 입에서 하늘도 무심 하시지..
여인의 몸으로 뼈빠지게 일해봐야
다섯식구 입에 하루한번 풀칠이나 할가말까 한데 어쩌자고 이러시나요?
저주하듯 쏟아내는 넋두리에
방안에서 글읽던 선비가 머쓱해서 중얼거린다.
자고로 선비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않으며
뫼밭가에서 미투리를 고쳐신지아니하고,
소낙비에 우케(나락)멍석이 떠내려가도 고개를 돌리지 아니하는법 이거늘....
.
.
에이!!!우라질... <<===(필자)
하여간 어찌됐던 몇날 몇일을 머리 싸매고 고민하던
선비가 가솔들의 호구를 해결하고자 생각해낸 돈벌이로
뒷집에 사는 집신장사 돌쇠 아범을 따라 집신 장사를 나섯는데
아무리 해도 돌쇠 아범처럼 집신사슈~~
소리가 나오질 않아서 돌쇠아범이 집신사슈~하면
뒤따라가며 나두유~~
그랫다는건 모두가 아는 이야기 ....
어찌 되었건 나도 초보 농삿꾼 인지라
능허재 공사하며 이삼백평 되는 채마전에
작년에는 고추랑 감자랑 옥수수 고구마 검정콩 들깨 등등..
심고 김장농사도 넉넉하게 했더니
가을에 마님이 와서 김장해가며
초보가 농사를 잘지엇다고 하길래 으쓱해서 어깨에 힘을 ㅋㅋㅋ
올봄엔 좀더 잘해볼 요량으로 "집신사슈~~
하길래 "나두유~~
일찌감치 감자를 심었더니 요새 몇일 아침에 춥고 서리가 와서
감자싹을 새카맣게 얼려 버렸다니께...
에이~~
농사는 아무나 하나~~
능허재나 지어야지...
-지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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