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바람의 삶의향기. 隨筆

-달속의 초가삼간-

갈바람. 2016. 3. 8. 12:07

 

 

사진/진천농다리

-달속의 초가삼간-

엊그제 고향에서 올라오신 어머님께서 가을에 뒷밭뚝에서 캐어논 마(山藥) 와 반하(半夏) 를 각각 한봉지씩 꺼내어놓으시며
한약(韓藥)지을때 쓰라하시며 생 마 를 껍질을 벗겨내고 잘게썰어 우유랑 꿀을 넣고 믹서에 갈아 먹으라 하시여
아이들 팔뚝 굵기만한 마 한뿌리를 우유와 꿀을넣어 믹서에 갈았더니 걸죽한 야채죽처럼 되어 마 특유의
달콤하면서도 알키한 맛이나도 우유와 꿀의 맛으로 먹을만 했지만 마님과 세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먹지않는다.

햇곡으로 조상님께 천신(薦新)을 드리는 가을 차례지만, 아직은 모든 곡식이 덜여문 추석지난 무렵, 어머니 께선 고구마밭 이랑에서
내일모레 대운동회에 쪄가신다고 고구마 넝쿨을 옆으로재껴놓고 흙을 불룩하게 치밀고 올라온 굵은 고구마만을 골라서
따내고 계셨는데 넝쿨을 몽땅 캐버리기엔 아직은 뜨거운 햇살에 한달여 더 여물어야 하는 까닭일게다.
유난히 고구마밭 에서만 많이 자라나는 잡초이자 약초이기도 한 반하(半夏)의 동그란 알갱이들이 고구마를 따라캐어진다.

반하는 비위(脾胃)의 습담(濕痰)을 없애줌으로써 담궐두통이나 미릉골통(眉稜骨痛:눈두덩의 통증)을 치료하고
개울(開鬱:기체가 생긴 것을 풀어줌)·화담(化痰:담을 없앰)·산결(散結:맺힌 것을 풀어줌)시키는 효능으로
상초(上焦)에 있는 담을 없애고 사(邪)가 맺혀 있는 것을 풀어주는 약초이지만, 껍질을 벗겨내고 뽀얀 알갱이를 혀끝에
가져다 대면 톡쏘는 독기가 혀끝이 말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들고 알키한 맛이 입안전체로 풍겨나는 독초이다.

어머님 께서 들려주시던 반하에 얽힌 전설은 옛날 하늘의 선녀가 인간세상을 흠모(欽慕)하여 밤이면 하느님몰래 세상에 내려와
달빛에 목욕을하며 노닐곤 하다가 어느날 하느님에게 발각(發覺 )이되어 꿩으로 변하여 인간 세상으로 추방이 되었는데,
어느 신선이 꿩에게 말씀하시길 달밤에 반하만을 캐어먹고 수행(修行)을 하면 언젠가는 천상으로 돌아갈수 있다 하여
꿩은 날마다 밤이되면 고구마밭에 내려와 독초(毒草)인 반하를 캐먹고 내장을 째는듯한 아픔을 꿩~꿩~하며 울고있는 것이란다.

내가 어릴적 어머니께 들은 이 반하의 전설(前說)은 오십이넘은 지금도 우유빛으로 뽀얗게 말려굵은 콩알보다 조금더 큰
반하를 얇게 썰어서 만들어놓은 약초를 만질때마다 생각이나고 그슬픈 선녀(仙女)의 고행이 끝이나서 어서 하늘로
돌아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기원(祈願)하는 신성한 기도의 맘이 되곤하는것은 어릴때의 아름다운 대화가
인생을 살아가며 평생의 아름다운 감성(感性)을 만들어줄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빠르게 변해가는 우리사회는 핵가족화(核家族和) 로 첨단의 IT시대로 이젠 아이들도 대화보다는 사이버의 세계안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만끽(滿喫)하며 자라나고 있지만 걸러지지않은 무분별한 정보의 접근으로 말미암아 개인적이고도
이기적인 사고(私考)만을 골라접해 메마르고 삭막(索莫)한 감성만을 키우고있는건 아닌지 걱정이된다.

어머니 손끝의 달 속, 초가삼간을 새삼 올려다보며 점점 단절되어가는 부모와 아이들의 대화와 감정교감(感情交感)의
부재(不在)는 훗날 가족붕괴(家族崩壞)의 원인으로 작용 되어질것임은 불을보듯 뻔한이치이다.
어쩌다가 서로바쁜 와중에도 내아이들과 마주앉으면 어릴때부터 들려주던 아름다운 전설들을 이야기하면
이제는 다 자라버린 아이들은 피식웃으며 '어릴때는 참으로 재미있었는데 이젠 하나도 재미없어요' 하고말을한다.

'나도알어 이녀석아..' 하지만 너희들도 잊지말고 이다음에 자식을 키울때 일등으로만 키울생각 하지말고
어릴때부터 아름다운 감성교육과 가족의 중요성과 끈임없는 대화만이 감성교감의 강 이흐를수 있다는것을
주지시키고 있는것이라고 강조하곤 한다. 강물이 끊임없이 흘러가듯 우리도 가족의 강에 대화의 조각배를 띄워
같이 흔들리며 흘러가야 조상들께서 물려주신 달속의 초가삼간을 우리의 후손들도 기억할것이다.

-지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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